제69장

알피노는 언제나 말을 아주 잘 듣는 실험체였다.

하지만 이 ‘말을 잘 듣는다’는 것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전제가 붙었다. 바로 하서윤을 대할 때만 그렇다는 것이다.

그의 눈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실험 수조 따위는 이미 그를 가둘 수 없었다. 그 안에 얌전히 머무는 이유는, 하서윤이 말을 잘 듣는 아이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.

그래서 그는 기꺼이 온순하고 착한 모습을 연기하며 그녀에게 달라붙어, 애타게 그녀를 기다렸다.

연구실의 육중한 문에서 잠금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자, 청년은 즉시 수조 덮개를 열고 우아하고 창백한 상반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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